능경봉&고루포기산
(강원평창 1,238m)
백두대간 마루금 치고 겨울철에 바람 심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 만은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과 강릉시 왕산면 대관령 남쪽에 솟
은 능경봉(1123.1m)과 고루포기산(1298.3m)은 3∼4월이 되면 바람과 눈이 더더욱 별나게 퍼붓고 몰아치는 산이다.
그 풍설을 맞으러 태백여성산악회의 목요산행(능경봉∼고루포기산)에 따라 나섰다. 산행 들머리를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하행
휴게소로 잡았다. 주차장 동쪽 끝에서 영동고속도로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1975년 세운 준공기념비로 가는 108계단을 오르니
무게 160여 톤, 높이 10미터의 탑만 덩그러니 외롭다.
파아란 하늘과 맞물린 바다와 강릉시 전경을 한동안 조망하고, 백두대간 남쪽 마루를 따라 숲을 벗어나니 시야가 트이는‘새버
뎅이’를 비포장도로가 가로지르고 있다. 이 길은 백두대간 서쪽의 도암천 물을 고루포기산, 능경봉, 제왕산 아래로 15.6킬로미
터의 구멍을 뚫어 640여 미터의 낙차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강동수력발전소(1991년 준공) 건설 때 만든 것으로,
횡계에서 중웨이(제왕산·840.7m) 정상 동쪽 헬기장 아래 도암 수조작업장까지 이어진다. 이로 인해 자연을 거슬러 물길을 바
꿔 놓아 예기치 못한 기현상이 일어나고, 강릉의 남대천 물은 강릉시민의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맑은 날 울릉도가 보이는 능경봉 도로 옆에는 비석과 물을 토하는 거북돌로 된
샘터가 눈 속에 묻혀 있다. 가물 때 기우제를 지냈다고 <임영지>에‘유령천도우유
험(有靈泉禱雨有驗)’이라 기록하고 있는 샘이 여기인가 보다. 산불 감시초소와
제왕산, 대관령휴게소, 능경봉 방향을 알리는 삼거리에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도로를 버리고 컨테이너 뒤 참나무 숲길로 들어서니 바람이 옮겨다 놓은
눈이 무릎을 덮는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 가는 북서쪽 사면에선 북서풍이 소리를
지르며 등을 떠다밀고는 눈을 퍼다 뿌린다. 몇 시간 전에 사람이 지나간 듯하나
그 사이 바람이 발자국을 지워버려 힘들게 눈을 다지며 나아가니
급경사 오름에 밧줄이 깔려 있었다.
영천(靈泉)을 떠난 지 30여 분쯤에 전망 좋은 헬리포트에 닿았다. 매봉, 새봉,
왕산면의 조망을 즐기고 다시 굵직굵직한 참나무가 들어찬 급경사 마루금을 따라 올라가니 삼각점 표석과 철제표지판이
능경봉 정상임을 알려준다. 대관령 하행휴게소에서 1시간 걸렸다. 대관령, 혹은 강릉쪽에서 능경봉 정수리를 올려다보면
그 모양새가 어마어마하게 큰 왕릉이나 지리산 반야봉처럼 팽팽이 당겨서 파르르 떨리는 활시위 같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능정봉(凌頂峰) 또는 소궁음산(所弓音山)이라 했나보다. 맑은 날에는 울릉도가 보인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예부터 이곳을 찾았다 하나, 바람 때문에 정상에서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선자령을 힐끗 나뭇가지 사이로 보고는 멋진 나목들이 줄지어선 고루포기산 방
향의 대간을 따라 엉덩이 스키를 타며 15분쯤 내려가니 정성 들여 돌을 쌓아 추
억을 만들어보자는‘행운의 돌탑’이 있다. 돌탑을 지나니 길은 비교적 순탄하다.
멀리 고루포기산 정상이 보이고 왼쪽으로 화란봉, 서득봉으로 휘어나가는 백두
대간의 위용에 지루한 줄 모르겠다. 능경봉을 떠난 지 1시간 25분, 제1쉼터 안내
표지판이 있는 사거리 안부 횡계치에 닿았다. 동쪽은 왕산리 큰골, 서쪽은 1백미
터쯤에 샘터를 만나 횡계 차항리 왕산골로 하산하는 길이다.
백두대간을 사이에 두고 양쪽마을에서는 지명을 서로 사이 좋게 나누어 부른다.
횡계치에서 태백여성산악회 회원들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익힌 솜씨로 눈밭을
다지더니 게눈 감추듯 중식을 끝내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서서히 오름길이
이어졌다. 45분 정도를 오르니 서북방향으로 시야가 트이는 절벽지대다.
횡계 눈마을산악회에서 이곳을‘대관령 전망대’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전망이 좋다.
고루포기산 자락은 5덕의 피란지지 전망대를 뒤로 하니 지금까지 남서쪽으로 달리던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한
능선의 오목골 안부를 지나 1시간 후에 철탑, 철제 벤치, 이정표, 삼각점(도암·24·1991 복구)이 있는 고루포기산 정상에 도착했
다.
고로쇠나무가 많이 서식하여 붙인 이름인데 고루포기와 고로쇠나무는 같은 의미이다. 또 이 산의 다른 이름은 <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에서‘소은백이산(所隱栢伊山)’이라 하여 65자로 설명해 놓았다.
所隱栢伊山 在府西六十五里
諺傳神仙居之地…
‘소은백이산은 강릉 서쪽 65리에 있는데 옛말에 전하기를 신선이 살던 곳이다.
옛날 사냥꾼이 짐승을 쫓다가 높은 봉우리에 올라 조망을 하니 골짜기 마을에는
노거수와 초가집과 오솔길이 있고, 시냇가에는 포목과 옷가지 빨래가 걸려 있었
다.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 틀림 없어 하산하여 그곳을 찾아갔으나 마침 구름과
이내가 계곡을 덮어 길을 잃고 끝내 그 곳을 찾지 못했다.’
또한 이산 기슭에는 아직도 만인의 피난지지라는 5덕(五德)의 지명이 남아 있다.
괴비데기(고비고사리가 많은 언덕), 안반데기(떡을 칠 때 쓰는 나무판처럼 넓고
평평한 지형), 장두데기(길고 긴 언덕), 황정데기(황장 소나무가 서식하는 언덕),
황철데기(황철나무가 많이 서식하는 곳)가 그곳이다. 이러한 곳에 철탑을 세운다
는 빌미로 조상이 물려준 유산을 마구 깎고 파헤쳐 처참하기 짝이 없다.
철탑은 이곳만 아니라 국토의 동서 즉 울진에서 신가평까지 세워져 있다. 하산을 시작했다. 철탑으로 다시 내려가 철탑을 세우
느라 만든 길을 따라 933.4봉으로 향한다. 목장 철조망을 지나고 1시간쯤에 용산리, 수하리가 내려다보이는 933.4미터 봉에 닿
았다. 경사가 매우 심한 내리막길을 조심하며 내려오기 40분, 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많은 눈의 나라 횡계 수하리에 닿았다. <글
사진 김부래 기자>
고루포기산 안내도
대관령→샘터→능경봉→돌탑→제1쉼터→전망대→제2쉼터→고루포기산
→제2쉼터→오목골(안내판:전락촌)→횡계리
(약9km/ 4시간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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