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사진의 진미는 역시 설경입니다. 앙상하고 삭막한 주위 환경을 한방에 반전시킵니다. 흰눈으로 덮힌 세상, 보기만 해도 가슴 설레죠.
그런데 이 설경을 찍었을 때 왠지 꿀꿀하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으셨나요. 창밖 세상은 환상인데 사진속 눈사진은 좀 별로네. 렌즈가 나빠서 그런가? 아니면 실력탓?
눈사진은 결코 어려운게 아닙니다. 간단한 원리만 이해하면 누구나, 카메라 기종에 관계없이 누르면 그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상의 설경사진으로 한번 빠져 보시것습니까?. 그럼 한번~ 빠져~~ 봅시다.
함박눈이 내린 날 햇살이 비친다면 무척 눈부시겠죠. 그러면 사람들은 눈찡그리게 됩니다. 본능적으로 눈거풀을 더 내려 햇살을 적게 받아들이려하기 때문이죠.
카메라도 마찬가집니다. 밝은 곳에선 조리개(눈거풀)나 셔터속도(눈을 깜박이는 시간)를 더 조여 빛을 적게 받아들이면서 촬영합니다. 어두운 곳에선 그 반대겠죠.
카메라의 자동노출은 이런 원리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낮 환경에선 별 문제없이 촬영됩니다. 그러나 흰눈이 쌓인 맑은날엔 좀 다릅니다. 흰눈은 자체의 흰색에다 햇살을 반사하기도 하죠. 그러니까 카메라는 흰눈+반사광을 계산해서 자동노출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흰눈이 쌓인날 햇살이 비칠때 촬영하면 사진이 실제보다 더 어둡게 나오는 겁니다. 흰눈사진이 아니라 회색눈사진이 촬영되는 거죠.
따라서 카메라가 자동으로 측정해주는 적정 노출보다 강제로 1~2스톱 더 노출을 준 다음 촬영해야 합니다. 1스톱을 보정할 경우엔 이렇습니다. 가령 노출계 측정치가 1/250초에 조리개 11이라면 1스톱을 보정할 경우 1/250초에 조리개 8 또는 1/125초에 조리개 11로 하면 됩니다. 자동카메라의 경우엔 노출보정 기능에서 +1를 설정하면 됩니다.
대구 냉천 자연랜드에서 눈꽃부위에 스팟 측광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위는 자동 적정노출로, 아래는 노출을 1스톱 보정(밝게)해서 각각 촬영한 사진입니다.
보시기에 어떤가요? 위의 자동노출 사진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합니다. 반면 아래 강제로 1스톱 밝게 보정한 사진은 뽀송뽀송하죠. 물론 포토샵으로 색조를 밝고 어둡게 조정할 수 있지만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출 보정치가 너무 많으면 자칫 눈발을 모두 날려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반드시 눈의 하얀 질감이 살아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런 위험을 줄이고자 요즘 카메라는 1스톱이 아니라 1/3스톱씩 보정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노출을 여러단계로 브라케이팅(노출을 각각 다르게 여러번 촬영)하며 촬영한 후 가장 좋은 사진을 골라내면 안전빵입니다.
만일 한 앵글에 하늘,눈,나무등 기타 조형물이 동시에 들어갈 경우엔 눈이 쌓인 부분에서 노출을 측정해야 합니다. 흰눈에 한 앵글에 들어오도록 카메라를 이동시켜 노출을 측정합니다. 만일 햇살이 비치는 밝은 날이라면 측정값에서 1 ~2스톱 더 보정합니다. 그다지 눈부시지 않다면 측접값 그대로 해도 무방합니다. 그런 다음 촬영하고자 하는 앵글을 다시 잡고 셔터를 누르면 됩니다.
이 경우는 순전히 흰눈을 잘 표현하기 위해섭니다. 흰눈은 살리고 기타 피사체의 밝기는 다소 희생한다는 차원이죠. 그러나 역광상태거나 주변 환경에 노출변화가 심하다면 전체 노출을 고려해야합니다. 빈데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테우는 격이라면 곤란합니다.
설명이 장황한데 결론은 이겁니다. 흰눈이 쌓인 설원에서는 적정노출 보다 노출을 조금 더 준다음 촬영하자. 그래야 흰눈이 뽀얗게 나온다.
눈사진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또 있습니다. 바로 눈 내리는 풍경이죠. 한마디로 눈내리는 풍경은 저속셔터를 활용하자 이겁니다.
저속셔터를 사용하려면? 네~ 수동조작 해야겠죠. 자동카메라에서는 셔터우선식이 있잖아요. 약 1/30초 이하로 촬영하면 눈은 길게 줄을 그으며 촬영됩니다. 셔터속도가 느릴수록 눈발은 더 길게 나타나겠죠. 눈보라가 치는 날이라면 1/60초 정도에서도 눈발이 선으로 나타납니다.
근데 조건이 있습니다. 반드시 어두운 배경을 택해야 눈발이 살아납니다. 당연한 이치 같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배경이 어둡거나 검은계열의 코트를 걸친 사람을 대상으로 눈내리는 장면을 촬영하면 눈발이 훨씬 더 선명히 살아납니다.
또 되도록 100mm 이상 망원렌즈를 써야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100mm이상 렌즈에서 1/30초정도 저속셔터로 촬영하면 대부분의 유저들은 사진이 떨립니다. 삼각대가 필요하겠죠. 없다구요?
이가 없다면 잇몸을 활용하면 됩니다. 주변에 나무나 기둥, 건물 등 카메라를 고정시킬 구조물에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면 됩니다.
간혹 눈발이 렌즈 유리에 묻어 흐릿하게 촬영되는 것에 주의해야합니다. 이 불청객은 입으로 불어서 쫓아내야 렌즈가 말끔해집니다. 닦으면 자국이 남아 노이즈가 생깁니다. 닦으려면 말끔히 닦아야 겠죠.
특히 겨울철 촬영에 주의할게 있습니다. 베터리입니다. 추운 날씨에는 카메라 베터리가 빨리 소모됩니다. 촬영하지 않아도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얼기도 하죠. 촬영 전후로 일정 보온을 유지하는게 중요합니다.
올해는 눈구경이 쉽지않네요. 모처럼 이번 주말에 눈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작품 만들어 보세요. 직접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해상도가 괜찮다면 확대해서 거실에도 걸어보세요. 잘찍은 설경사진 하나, 열 그림 안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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