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일주문에는 "상왕산개심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개심사의 남쪽에는 일락산(516m)이 있고 북쪽에는 상왕산(307m)이 있지만, 일락산이 거리도 훨씬 가깝고 해발 고도도 높은데 왜 "일락산개심사"가 아닌 "상왕산개심사"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일락산의 북쪽 산자락보다는 상왕산의 남쪽 산자락을 택해 이름을 지었는지, 아니면 오래 전 창건당시에는 일락산은 산 이름이 없는 무명산이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개심사 일주문
제법 호젓한 길을 따라 오르니 고찰 개심사(開心寺)가 반겨줍니다. 개심사는 백제시대(654년) 혜감국사(慧鑑國師)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마음을 연다는 뜻의 개심(開心)이라는 이름에 잘 어울리는 편안하고 아늑한 사찰입니다. 개심사는 작은 절이지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교수가 꼽은 "5대 명찰"에 들 정도로 고즈넉함과 고풍스러움이 돋보이는 절입니다.
범종각과 안양루
범종각 옆에는 상왕산개심사 현판이 붙은 건물이 있는데, 해탈문을 들어서니 동일한 건물에 법고가 있고 또 안양루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안양루(安養樓)라고 하면 저절로 영주 부석사가 떠오릅니다. 왜냐하면 안양루는 부석사의 무량수전 앞에 있는 누각으로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가 걸려 있어 매우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범종각
개심사 현판 뒤로 보이는 대웅보전
해탈문
안양루
개심사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심검당(尋劍堂)과 무량수전이 있고, 정면에 안양루가 있는 표준형사찰입니다. 이외에도 명부전(冥府殿)과 팔상전(八相殿) 등의 당우가 남아 있습니다.
대웅보전
사찰의 내부를 꼼꼼히 살펴볼 겨를도 없이 급하게 몇 장의 사진을 찍고는 일행을 따라 발길을 재촉합니다. 사찰의 뜰에 서 있는 단풍나무가 지난 가을 화려한 불꽃을 피웠음을 반증하듯 아직까지도 붉은 색이 완연하게 남아 있습니다. 감나무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땡감도 산새들이 먹은 흔적이 보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증거입니다.
까마귀 밥인 땡감
화려했던 단풍의 흔적
부드러운 육산인 일락산
오른쪽의 산신각을 지나 부드러운 등산로를 따라 오릅니다. 초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바람 한 점 없어 이마엔 땀이 흐릅니다. 일락산 북쪽능선에 도착하여 우측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일락산 능선은 전형적인 육산이라 발걸음이 매우 가볍습니다.
개심사 주차장을 출발한지 약 1시간 10분만에 일락산정상(516m)에 도착합니다(10:55). 정자와 이정표가 세워져 있기는 하지만 정상 표석이 없습니다. 다만 한쪽의 나뭇가지에 어느 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 흰색의 아크릴 간판만이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줍니다. 관할행정관청이나 지역산악회에서는 힘들여 일락산을 찾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도 제대로 된 표석을 세워두면 좋겠습니다.
일락산 정상 표지
지금까지는 조망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정상에서 몇 걸음을 옮기자 우측으로 황락저수지와 서해 방면이 조망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연무(煙霧)로 인하여 서해바다가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더 가니 가야할 석문봉이 버티고 서 있고, 등산로는 고도를 낮추어 사잇고개로 떨어집니다.
노송사이로 보이는 황학저수지
가야할 석문봉
돌탑이 있는 기암의 석문봉
사잇고개 좌측으로는 용현계곡으로 연결되지만 우리는 곧장 능선을 따라 오릅니다. 약 20분간 쉼 없이 오르니 석문봉의 돌탑과 가야산의 정상이 바라보이는 604봉입니다. 듬성듬성 남아 있는 억새 너머로 아련하게 바라보이는 가야산 정상까지의 풍광도 일품이고 동시에 거리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504봉에서 바라본 가야산 정상
석문봉 돌탑과 가야산
드디어 태극기가 휘날리는 석문봉 정상(653m)에 도착합니다(11:40). 정상에는 예산산악회에서 세운 표석과 백두대간 종주를 기념하는 거대한 돌탑이 있습니다. 이 돌탑은 그 규모로 보아 치악산 비로봉 또는 태백산 문수봉의 돌탑을 보는 듯 합니다.
태극기 휘날리는 석문봉
석문봉 돌탑
석문봉에서는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이 거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남쪽으로 이어진 가야할 암릉이 아찔하게 가로누워 있는 가운데, 지나온 일락산능선 오른쪽으로 옥양봉이 부드럽게 달리고 있습니다.
암릉 뒤로 보이는 가야산 정상
산행의 백미인 석문봉∼가사봉
이제 가야산 정상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르고 내리는 암릉 길에 신경이 쓰입니다. 그러나 가야할 암릉 길을 바라보면 아찔하다가도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마치 대단한 일을 해 낸 것 같은 자부심이 생깁니다. 때로는 로프에 의지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바위를 잡고 오르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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